헤드윅 영화 감상후기 및 이런저런 생각
기대를 완전히 충족시키고도 남음이 있는 영화였습니다. 안 보신 분들을 위해 영화 얘기는 안 하는 게 상책입니다만. 머, 맛보기 좀 보여드리면 더 감칠맛 나겠죠. 일요일에 본 요리를 위한 애피타이저 정도로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저는 기억하는 모든 장면들을 언급하고 열심히 설명해 드리고 싶지만. 기억의 한계력이란 게 어디 맘 같아야 말이죠. 미스 헤드윅(전 그를 아니 그녀에게 꼭 미스라는 칭호를 붙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사랑의 기원 > 이란 노랠 부를 때의 모습이 잊히지가 않네요. 너무나 슬퍼 보이는 미스 헤드윅의 붉은 입술, 입술의 움직임에 따라 움직이던 가느다란 눈썹, 두터운 아이라인과 마스카라에 가려진 그, 아니 그녀의 깊이를 가늠키 어려운 슬픈 눈동자.... 그녀에게는 그녀의 슬픔을 보는 이들로 하여금 동화시키는 묘한 퇴폐적인 마력마저 있더군요. 적어도 제가 느끼는, 그 노랠 부르는 헤드윅 에게는요. 어쩌면 말입니다. 우리는 정말, 아득히 먼 옛날 인간이란 말조차 생소했던, 우리의 존재가 무엇인지도 알지 못했던 그때, 우리가 소위 이성으로 나누는 남성과 여성은, 아들과 딸은, 결국 하나가 아니었을까요?
영화를 보며 생각나는 것들
그 애니와 노랫말을 보며 생각난 사실인데요. 인도 연극에 대해 공부를 잠깐 하다가 (인도 연극은 거의가 인도의 신화에서 그 소재를 따 온다고 합니다.) 참 재미난 종교를 알게 된 적이 있습니다. 아시겠지만, 인도에는 생명을 지닌 수 많큼의 많은 종교가 있고, 그 신을 믿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쥐의 영리함과 부지런함을 믿는 종교가 있고, 공부를 잘하길 원하는 사람에게는 책과 함께 쥐 모양을 한 석상을 주고요. 부자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나 가게를 연 사람들에게는 부를 상징하는 코끼리로 만든 석상을 선물하죠. 그 외에도 평생 고행을 하면서 자신을 닦는 사람들( 일종의 요가 일래나? ) 머리를 모래바닥에 박고서 거꾸로 숨을 쉬는 사람, 늘 가시밭길만을 걷는 사람. 심지어는 자신의 남근을 큰 돌 같은 걸로 찧어서 없애버리는 고행을 하는 사진도 본 기억이 납니다만... 어쨌거나, 제가 기억하는 신은 " 히드라 "라는 신이고요. 그 신을 믿고 신봉하는 신자들은 모두 자웅동체를 이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암수를 한 몸에 가진 생명체를 말하는 거죠. 사진상으로는 무슨 송충이 같은 모양을 한 둥그런 원 안에 남녀가 한 몸이 되어 있는 것이 그 종교의 상징이 아니었나 기억되네요. 그때는 좀 떨떠름하게, 단순한 호기심으로 넘겼습니다만..." 왜 저런 민망한 석상과 사진을 만들어 놓고, 이 것이 진리이자 이상향이다! 하고 주장하는 건가. " 그러나 어제의 영화 헤드위과 삽입곡 중 < 사랑의 기원 >을 보면서 다시 한번 히드라에 대한 기억을 곱씹어 보게 되었습니다.
영화 감상평
남성과 여성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자웅동체야 말로 번뇌도 고통도 없는 영원한 안식이다.라고 그들은 말하고 있었던 거 같습니다. 글쎄요. 정말 어떨까요? 극 중 토미의 말처럼, 우리의 죄를 사하기 위해 십자가를 짊어진 예수님이 애초에 하나였던 아담과 이브를 떼어내면서 부터, 그리고 이브가 먹지 못할 금단의 열매를 만듦으로써 우리의 죄를 창조해 내신 것일까요? 개인적으로 너무나 맘에 드는 장면이자 애니였습니다. 헤드윅을 보면서 또 생각하게 된 건데, 사람은 누구에게나 어느 정도는 아니마와 아니무스가(이건 언제나 헷갈려요. 둘 중 하나는 남성에게 존재하는 여성성이고, 또 하나는 여성에게 존재하는 남성성입니다.) 있는 것 같습니다. 1차적인 성징과 또 자라면서 확실한 자기의 정체성을 강요받거나 혹은 집단적 최면으로 뚜렷한 하나로 정해집니다만 만약, 1차적 성징에 관계없이 어느 시기가 되어 우리가 스스로의 삶을 남성으로 혹은 여성으로 살기를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그럼, 헤드윅이나 소수의 불행한 아니마와 아니무스의 불균형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없어질 텐데요. 쓰고 보니, 순정만화에서 많이 다루는 소재 같군요. 그래도요. 만약 그런 날이 실제로 오게 된다면 나는 절대로 남성의 성을 택하진 않을꺼야요. 님들은 어떠세요? 일정한 시기를 보내고 난 자신에게 앞으로 남자로 아님, 여자로 살아갈 수 있는 선택권을 준다면 어떡하실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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