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케르크 디 오리지널 영화 감상/추천
1958년작 흑백영화입니다. 1968년작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1986년작 탑 건 같은 고전영화를 보면서 고전영화에 대한 거부감이 심해졌었습니다.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정신병 걸릴 것 같은 내용과 지루하고 난해해서 해석 없이는 절대 이해 못 하는 줄거리 때문에 실망했고, 탑 건은 그다지 재밌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가볍게 볼 마음으로 이 영화를 선택했습니다. 로튼 60 퍼라 높은 편도 아니었기 때문에 기대도 안 했습니다. 덩케르크 디 오리지널도 옛날 영화라는 한계 때문에 총 맞은 연기, 폭탄 맞은 연기, 총소리, 폭탄이 터지는 장면의 퀄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슈투카 같은 폭격기는 아예 2년 전 영상자료에서 잘라 붙인 것 같았고, 군인이랑 전투기가 한 장면에 같이 안 나왔습니다. 요즘 영화와는 다르게 부상을 입어도 피가 거의 안 나오고, 필름 사진 배열에 문제가 있어서 꼬이는 장면도 보였습니다. 게다가 영화에서 잠깐 지나가는 장면 중에 티거가 나오는 고증 오류도 있습니다. ost도 고전영화에서 자주 나올법한 그런 ost였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굉장히 만족하면서 봤습니다. 2017년작 덩케르크에서 병사들이 해안가에서 긴 줄을 서서 구출을 기다리는 그 웅장한 장면이 1958년작에서도 거의 그대로 구현되어 있었습니다. 이외에 포격을 맞고 침몰하는 선박, 슈투카가 강하할 때 전부 엎드리는 장면은 오마주 수준으로 똑같았습니다.
세세한 차이
2017년작이랑 줄거리나 세세한 부분에서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덩케르크에서 기다리는 씬은 영화 후반부부터 나오고, 초반부는 가짜 전쟁 시기부터 영국 내부 상황을 보여주고, 벨기에로 파견된 5사단에서 교량을 파괴하다 낙오된 B중대원들이 우여곡절 끝에 덩케르크에 도착해서 영국으로 탈출하는 내용, 영국 본토에 살던 민간인들이 해군의 허락을 받아 수병 신분으로 보트를 몰고 덩케르크로 군인들을 구하러 가는 내용, 전쟁 상황을 분석하고 지휘하는 장교들과 관련된 내용이 한꺼번에 나왔습니다. 주목할 점은 영웅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나마 영웅에 가까운 인물은 B중대에서 중위가 죽는 바람에 지휘자가 된 상병인데, 항명하는 중대원을 타이르고, 불침번을 서다 독일군이 쳐들어온걸 다른 중대원들에게 알려주고, 독일군이 주둔한 곳을 몰래 들어가서 도망치는 장면처럼 영웅스러운 모습이 나오긴 하지만 중위가 죽는 바람에 갑자기 상병으로 지휘해야 돼서 당황해하고, 퇴각하는 과정에서 총을 맞아 부상을 입은 중대원을 포기하는 모습도 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일당백스러운 장면도 없습니다. B중대는 자기들을 잡으려고 쳐들어오는 적군들을 총으로 쏴서 전부 죽이는 장면은 절대 안 나옵니다. B중대만의 큰 줄거리는 독일군을 피해 5사단에 합류하려고 떠돌아다니다 결국 덩케르크로 들어가는 상황으로 나옵니다.
생각보다 재미있는 구성
등장인물 중에 내적 갈등을 보이는 입체적인 인물도 등장합니다. 집에 갓난아기가 있어서, 군인들이 쓸 버클 200개를 생산하는 걸 핑계로 군 입대를 거부한 인물이 있었습니다. 그 인물이 어느 날 해군에서 자세한 사정은 말 안 해주고 자기 보트를 징발해가니까 화나서 항의하고 거절했다가, 그 보트들이 군인을 구하는데 쓰인다는 걸 알고 잠시 고민했다가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둘째치고 자기가 자원해서 보트를 몰고 덩케르크로 가겠다고 마음을 바꿉니다. 군인들의 솔직한 심리 묘사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게 자기 부대는 일단 대기하면서 잠깐 합류한 B중대원들을 철수시키는 원사와 장교가 자기도 같이 퇴각하고 싶다고 말하는 장면, 독일군이 코앞인 상황에서 군 병원에 남아 부상병을 돌볼 의무병을 정하는 제비뽑기에 당첨된 의무병이 잠깐 멈칫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외에도 스파이를 구분하려고 이번 리그 우승팀을 물어보는 군인, 민간인이 들고 가던 짐을 대신 들어서 갖다 주려다 뺨을 맞은 중대원, 중대가 낙오된걸 눈치채고 답변을 예상하는 원사처럼 재밌는 부분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영화가 퍽퍽하면서 마냥 어둡고 그렇진 않았습니다. 2017년작 덩케르크보다 대사도 많아서 다큐멘터리스럽다는 느낌이 적었습니다. 결론은 2017년작 덩케르크를 봐서 만족스러웠다면 이것도 보는 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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